지금이 영화를 많이 볼 수 있는 시기인 것 같아 넷플릭스와 티빙을 돌며 볼 만한 컨텐츠들을 찾아다녔다. 그 중에서, 나는 오늘 내 어린시절 추억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 줄거리, 영화 속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작품에 삽입된 히사이시조 음악에 대해 알아보자.
줄거리
정들었던 곳을 떠나 가족과 함께 이사를 가게 된 치히로. 그런데 치히로의 아버지가 운전 중 길을 잘못 들어 차가 더이상 지나갈 수 없는 작은 터널을 만나게 된다. 터널 너머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한 곳에서 부모는 홀린 듯 음식을 먹기 시작하고, 그들을 뒤로한 채 주변을 돌아다니던 치히로에게 '하쿠'라는 한 남자아이는 어두워지기 전에 어서 이 곳을 떠나라고 경고한다. 그렇게 부모에게 달려온 치히로는 어느새 돼지로 변한 부모를 마주하고는 도망친다. 하쿠의 도움으로 가마 할아범과 린 언니를 만나 유바바와 계약을 하게 되고, 더 이상 치히로가 아닌 센 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신들의 온천에서 일하게 된다. 하쿠는 치히로를 불러내 본래의 이름을 빼앗기면 안된다고 전해주며 자신은 본명을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치히로는 온천에서 일하다 오물 신인줄 알았던 강의 신을 만나 몸 속에 박힌 쓰레기들을 꺼내주어 그 보답으로 신비한 경단을 받고, 강의 신은 엄청난 양의 사금을 온천에 남기고 떠난다. 그날 밤, 가오나시는 치히로가 열어준 문을 통해 온천으로 들어와 가짜 사금으로 종업원들을 현혹시킨다. 치히로는 잠에서 깨어나 우연히 창 밖에서 종이떼에게 쫓기고 있는 용, 하쿠를 발견하게 되고 그를 구하러 간다. 유바바의 쌍둥이 언니인 제니바의 분신을 통해 치히로는 하쿠가 유바바의 명령으로 주술이 걸린 제니바의 도장을 삼켜 가져온 것을 알게된다. 치히로는 강의 신에게 받은 경단 반쪽을 하쿠에게 먹여 저주를 풀고 도장을 뱉어내게 하고, 제니바에게 도장을 돌려주기 위해 떠나려 한다. 떠나기 직전, 자신이 불러들인 가오나시를 만나 부모님에게 드리려 했던 나머지 경단 반쪽을 가오나시에게 먹이고 본래 모습을 되찾으라 한다. 치히로와 친구들은 제니바를 만나 도장을 돌려주고, 같은 시각 하쿠는 유바바에게 보우를 데려올테니 치히로와 부모님을 인간세계로 보내달라고 한다. 하쿠가 제니바의 집에 도착해 치히로와 친구들을 태우고 돌아가는 길에, 치히로는 문득 어렸을 적 잊고 있었던 하쿠와의 추억이 떠올라 유바바에게 빼앗긴 하쿠의 본명을 되찾아준다. 유바바는 온천에 도착한 치히로에게 돼지들 중 진짜 부모를 찾으면 인간세계로 돌려보내주겠다고 한다. 정답을 맞춘 치히로는 자신도 원래 세계로 돌아갈거라는 하쿠와 작별하고 부모와 함께 터널을 빠져나간다.
숨겨진 이야기
이 영화는 치히로가 우연한 계기로 신들의 온천에서 일하게 되고, 부모를 구하기 위해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영화를 흔한 성장물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성장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컨트롤 하는 것은 예전보다는 조금 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라는 말을 남긴다. 그래서 영화에서 작은 터널을 들어가고 나올 때의 치히로의 모습을 통해 감독의 메세지를 알 수 있다. 치히로는 터널을 들어갈 때와 같이 나갈 때에도 겁 먹은 듯 엄마의 팔을 꼭 붙잡고 걷는데, 유일하게 달라진 건 제니바에게 받은 보라색 머리끈이다. 이 연출을 통해 성장은 했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라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부모가 왜 음식을 먹고 돼지로 변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지브리는 1980년대 버블경제 시절 일본의 사회적 시선을 반영했다고 대답했다. 그 당시 사람들이 가졌던 욕망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 시절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부모가 돼지로 변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걸까? 더 궁금한게 생겼지만 넘어가기로 하자. 그리고 치히로가 수많은 돼지들 가운데 부모님을 어떻게 찾을 수 있었던 걸까? 이 질문에 지브리는, 치히로가 신들의 세계에서 믿을 수 없는 일들을 겪어왔기 때문에 사고방식 또한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히사이시 조 음악
영화가 개봉한지 2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한국에서 사랑받는 이유에는 작품 속 히사이시조의 음악이 큰 몫을 하고 있다. 히사이시조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하울의 움직이는 성>, 그리고 2007년에 방영했던 한국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음악을 맡았던 거장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어느 여름날", "언제나 몇번이라도", "또 다시", "그날의 강", "생명의 이름" 등의 곡들이 한국에서 많이 알려져있고, 또 오늘날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어느 여름날" 은 분위기가 잔잔하면서 편안해 기찻길을 걸으며 먼 길을 떠나는 치히로의 장면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언제나 몇번이라도" 는 히사이시조 특유의 밝고 경쾌하면서도 사람들로 하여금 묘한 향수와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어렸을 때 피아노학원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연주해봤을 정도로 매우 유명한 곡이다. "또 다시" 는 희망과 벅참을 그린 곡 같다. 이 곡을 듣자마자 하쿠가 이름을 되찾게 해준 치히로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벅차하는 장면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그날의 강" 은 앞서 소개한 곡들보다 크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곡이다. 슬프고 애절하며 처절함까지 느껴지지만 그 멜로디가 너무 아름다워 내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곡이었다. 위 음악들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한번쯤은 들어보길 바란다.
댓글